매너리즘4 서양미술사 28_16세기 말 유럽 3 16세기의 화가로서 이런 방식을 가장 심도 있게 추진해 나간 화가는 도메니코 테오토코풀로스라는 크레타 출신의 화가이다. 이 길고 어려운 이름의 화가는 우리에게 희랍인이라는 의미의 '엘 그레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출신지는 중세 이래로 새로운 미술이 전혀 발전하지 않았던 외딴 지역이었기에 딱딱하고 엄숙하게 그려진,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성상들, 즉 고대 비잔틴 양식을 익히 보아왔다. 본인도 그림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도록 훈련하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베네치아로 와서 마무리가 거칠고 극단적인 단축법으로 왜곡된 틴토레토의 작품들을 보고도 별다른 반감을 가지기보다는 매혹을 느꼈다. 엘 그레코 역시 틴토레토와 마찬가지로 격정적이고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서의 이야기들을 참신하고 감동적인.. 2023. 1. 12. 서양미술사 27_16세기 말 유럽 2 이렇게 필사적으로 돌파구를 찾던 미술가들과 다른 길을 걷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전 세대 거인들의 그림자를 벗어나려고 절망적인 몸부림을 치기보다는 평범한 수준의 기량과 솜씨에 만족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충분히 놀랄만한 성과를 이루는 이들도 있었다. 지오반니 다 볼로냐, 혹은 장 드 블로뉴가 제작한 조각상 는 놀랍다. 중력을 무시하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조각을 만들기 위해 그는 거의 불가능한 도전을 했던 것이다. 무거운 청동의 조각상은 남풍을 불어내는 가면의 입바람 위에 발끝을 디디고 가볍게 떠올라 속도감 있게 날아가는 듯 보인다. 고전 시대의 조각가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주제와 재료의 조합일 것이다. 기존의 소재와 기법을 택하면서도 예기치 못한 효과를 이룩한 경우였던 것이다. 16세기 후반기의 미술가들 .. 2023. 1. 11. 서양미술사 26_16세기 말 유럽 1 16세기 초의 유럽 회화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레오나르도 등 위대한 작가들은 이전 세대의 이상을 실현해 냈고, 미와 조화를 올바르게 결합하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고대 그리스 로마의 유명한 조각을 능가한다는 평가마저 받아냈다. 그러나 거대한 업적들을 이어받아야 하는 입장에 선 후학들에게는 이런 업적들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이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이미 다 이루어져서 더 이상 해볼 것이 없는 허탈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일부 미술 지망생들은 미켈란젤로의 업적들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모방하려 했다. 미켈란젤로가 즐겨 그렸던 난도가 높고 까다로운 자세의 나체상들을 그대로 베끼고 따라 하며 어떤 그림에나 무분별하게 집어넣어 때때로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남기기도.. 2022. 12. 31. 서양미술사25_16세기초 독일3 네덜란드 뒤러 세대에 세 번째로 유명한 독일의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그림 을 살펴보자. 숲이 우거진 산속의 샘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아기예수와 마리아, 요셉의 그림이다. 거친 침엽수림으로 둘러싼 아래쪽으로는 아름다운 골짜기와 들판이 펼쳐져있다. 작은 천사들이 아기예수에게 딸기를 드리거나, 조개껍질에 샘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피로에 지친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참신한 구성이다. 만년의 크라나흐는 작센의 궁정 화가가 되었는데, 이 무렵의 그의 그림들은 유행을 쫓고 허영이 깃든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마르틴 루터와의 친분으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도나우 지방에 머물렀다는 것만으로도 알프스 지역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누리는 풍경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일깨우는 계.. 2022. 12. 29. 이전 1 다음